제 2 화 밝은 여성

첫 번에 삼십전 , 둘째 번에 오십전 - 아침 댓바람에 그리 흉치 않은 일이
었다.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흘 동안 돈 구경도 못한 김첨지는 십
전짜리 백동화 서 푼, 또는 다섯 푼이 찰깍 하고 손바닥에 떨어질 제 거의
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. 더구나 이날 이때에 이 팔십 전이라는 돈이 그
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. 컬컬한 목에 모주 한 잔도 적실 수 있거니와
그보다도 앓는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도 사다 줄 수 있음이다.
 그의 아내가 기침으로 쿨룩거리기는 벌써 달포가 넘었다. 조밥도 굶기를
먹다시피 하는 형편이니 물론 약 한 첩 써본 일이 없다. 구태여 쓰려면 못
쓸 바도 아니로되 그는 병이란 놈에게 약을 주어 보내면 재미를 붙여서 자
꾸 온다는 자기의 신조(信條)에 어디까지 충실하였다. 따라서 의사에게 보
인 적이 없으니 무슨 병인지는 알 수 없으되 반듯이 누워 가지고 일어나기
는 새로 모로도 못 눕는 걸 보면 중증은 중증인 듯. 병이 이대도록 심해지
기는 열흘전에 조밥을 먹고 체한 때문이다. 그때도 김첨지가 오래간만에 돈
을 얻어서 좁쌀 한 되와 십 전짜리 나무 한 단을 사다 주었더니 김첨지의
말에 의지하면 그 오라질 년이 천방지축으로 냄비에 대고 끓였다. 마음은
급하고 불길은 달지 않아 채 익지도 않은 것을 그 오라질년이 숟가락은 고
만두고 손으로 움켜서 두 뺨에 주먹덩이 같은 혹이 불거지도록 누가 빼앗을
듯이 처박질하더니만 그날 저녁부터 가슴이 땡긴다, 배가 켕긴다고 눈을 흡
뜨고 지랄병을 하였다. 그때 김첨지는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,
 “에이, 오라질년, 조랑복은 할 수가 없어, 못 먹어 병, 먹어서 병! 어쩌
란 말이야! 왜 눈을 바루 뜨지 못해!”
하고 앓는 이의 뺨을 한 번 후려갈겼다. 흡뜬 눈은 조금 바루어졌건만 이슬
이 맺히었다. 김첨지의 눈시울도 뜨끈뜨끈하였다.
 이 환자가 그러고도 먹는 데는 물리지 않았다. 사흘 전부터 설렁탕 국물이
마시고 싶다고 남편을 졸랐다.
 “이런 오라질 년! 조밥도 못 먹는 년이 설렁탕은. 또 처먹고 지랄병을 하
게.”
라고, 야단을 쳐보았건만, 못 사주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.
 인제 설렁탕을 사줄 수도 있다. 앓는 어미 곁에서 배고파 보채는 개똥이
(세살먹이)에게 죽을 사줄 수도 있다 - 팔십 전을 손에 쥔 김 첨지의 마음
은 푼푼하였다.
 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. 땀과 빗물이 섞여 흐르는 목덜
미를 기름주머니가 다된 왜목 수건으로 닦으며, 그 학교 문을 돌아 나올 때
였다. 뒤에서 “인력거!”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난다. 자기를 불러 멈춘 사
람이 그 학교 학생인 줄 김첨지는 한번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. 그 학생은
다짜고짜로,
 “남대문 정거장까지 얼마요.”
라고 물었다. 아마도 그 학교 기숙사에 있는 이로 동기방학을 이용하여 귀
향하려 함이리라. 오늘 가기로 작정은 하였건만 비는 오고, 짐은 있고 해서
어찌할 줄 모르다가 마침 김첨지를 보고 뛰어나왔음이리라. 그렇지 않으면
왜 구두를 채 신지 못해서 질질 끌고, 비록 고구라 양복일망정 노박이로 비
를 맞으며 김첨지를 뒤쫓아 나왔으랴.
 “남대문 정거장까지 말씀입니까.”
하고 김첨지는 잠깐 주저하였다. 그는 이 우중에 우장도 없이 그 먼 곳을
철벅거리고 가기가 싫었음일까? 처음 것 둘째 것으로 고만 만족하였음일까?
아니다 결코 아니다. 이상하게도 꼬리를 맞물고 덤비는 이 행운 앞에 조금
겁이 났음이다. 그리고 집을 나올 제 아내의 부탁이 마음이 켕기었다 - 앞
집 마마님한테서 부르러 왔을 제 병인은 뼈만 남은 얼굴에 유일의 샘물 같
은 유달리 크고 움푹한 눈에 애걸하는 빛을 띄우며,
 “오늘은 나가지 말아요. 제발 덕분에 집에 붙어 있어요. 내가 이렇게 아
픈데…….”
라고, 모기 소리같이 중얼거리고 숨을 걸그렁걸그렁하였다. 그때에 김첨지
는 대수롭지 않은듯이,
 “아따, 젠장맞을 년, 별 빌어먹을 소리를 다 하네. 맞붙들고 앉았으면 누
가 먹여 살릴 줄 알아.”
하고 훌쩍 뛰어나오려니까 환자는 붙잡을 듯이 팔을 내저으며,
 “나가지 말라도 그래, 그러면 일찍이 들어와요.”
하고, 목메인 소리가 뒤를 따랐다.
 정거장까지 가잔 말을 들은 순간에 경련적으로 떠는 손 유달리 큼직한 눈
울 듯한 아내의 얼굴이 김첨지의 눈앞에 어른어른하였다.
 “그래 남대문 정거장까지 얼마란 말이요?”
하고 학생은 초조한 듯이 인력거꾼의 얼굴을 바라보며 혼자말같이,
 “인천 차가 열한 점에 있고 그 다음에는 새로 두 점이든가.”
라고 중얼거린다.
 “일 원 오십 전만 줍시요.”
 이 말이 저도 모를 사이에 불쑥 김첨지의 입에서 떨어졌다. 제 입으로 부
르고도 스스로 그 엄청난 돈 액수에 놀랐다. 한꺼번에 이런 금액을 불러라
도 본 지가 그 얼마 만인가! 그러자 그 돈벌 용기가 병자에 대한 염려를 사
르고 말았다. 설마 오늘 내로 어떠랴 싶었다.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일 제
이의 행운을 곱친 것보다고 오히려 갑절이 많은 이 행운을 놓칠 수 없다 하
였다.
 “일 원 오십 전은 너무 과한데.”
이런 말을 하며 학생은 고개를 기웃하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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최고관리자 26-09-23 08:40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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최고관리자 26-09-23 09:17

ㅇㅇ

최고관리자 26-09-23 09:17

ㅇㅇ

최고관리자 26-09-23 09:17

ㅁㅁ

최고관리자 26-09-23 09:18

ㅇㅇ

최고관리자 26-09-23 12:01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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